투자 관련 명저라고 일컬어지는 책을 앞으로 꾸준히 읽어볼 계획입니다. 다소 시대에 뒤떨어진 느낌은 있지만 피터 린치의 투자 철학은 분명히 현대에도 나름의 의의가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지금부터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월가의 영웅’을 읽어 가면서 내용을 정리하고, 느낀 바를 덧붙이려 합니다. 책이 3부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3개의 포스팅으로 나누어 정리하겠습니다.
투자 준비
펀드 매니저가 되다
피터 린치는 골프장 캐디로 일하다가 알게 된 인연을 시작으로, 파트 타임 및 인턴 과정을 거쳐 피델리티 투자회사의 펀드 매니저가 됩니다. 당시 피델리티 사장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피터 린치는 투자 종목 수를 늘려갑니다. 좋아하지 않는 주식이 없다는 이유로 세간에 유명해졌습니다. 전문 투자자로서의 생활이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월스트리트의 똑똑한 바보들
전문가를 너무 믿지 말 것을 조언합니다. 전문 지식이 깊지 않은 투자자의 경우, 일상에서 우연히 발견한 제품이 투자의 실마리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반면 전문 투자자는 이런 발 빠름과 다소 거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애널리스트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회사에 투자하는 것이 전문성이 있거나 그럴싸해 보인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고 의견을 덧붙입니다.
시장에 흥미로운 주식이 발견되면, 월스트리트의 전문가들은 매수할 이유를 찾지 않습니다. 오히려 매수하지 않아야 할 이유를 찾습니다. ‘회사 규모가 너무 작거나’, ‘성장 산업이 아니어서’ 등의 이유를 붙입니다. 투자 회사에 소속된 개인은 온전히 주관적인 분석을 통한 투자를 할 수 없습니다. 실적에 대한 압박, 명문 규정, 규제 및 주변 컨센서스 때문에 주류 의견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항상 아마추어처럼 투자하려 한다는 것이 피터 린치의 지론입니다.
투자인가? 도박인가?
투자와 도박을 깔끔하게 구분하는 방법은 없습니다. 투자에 위험이라는 불안 요소가 있다는 것을 일단 받아들이면, 우리는 기술, 헌신, 모험심에 따라 투자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체계적이고 원칙을 고수하는 경마 도박사라면, 경마로도 오랜 기간 비교적 안정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반면 우연히 전해 들은 정보로 서둘러서 주식을 사고파는 무모하고 성급한 주식 투자자라면 주식 투자는 도박의 영역이 됩니다.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이 얻는 가장 커다란 이점은, 올바른 선택에 대해 이례적인 보상을 받는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게임을 하는 방법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전제입니다.
자기 진단
주식에 투자하기 전에 세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 내가 집이 있는가?
- 나는 돈이 필요한가?
- 나는 주식 투자로 성공할 자질이 있는가?
집은 전적으로 소유자에게 유리하게 되어 있으며, 계약금의 일부분만 있어도 은행 대출로 집을 소유할 수 있습니다. 주식의 신용 매수와 달리 심적·금전적 부담이 거의 없습니다. 더불어 초반 선택이 완전히 틀리지 않은 이상, 집에 투자했다가 망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피터 린치는 결국 집을 보유한 후에 주식 투자를 할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부분은 저자가 저술하던 당시의 상황과 지금이 판이하게 달라서, 어떤 것이 맞다고 말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나는 돈이 필요한가? 라는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돈이 필요하면 주식에 투자하라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잃더라도 가까운 장래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받지 않을 만큼만 투자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가까운 시일 내에 자녀의 대학 등록금을 위해 목돈을 지출해야 한다면, 투자 원금에서 이 부분은 제외해야 합니다.
내가 주식투자로 성공할 자질이 있는가? 가장 중요한 질문입니다. 인간 본성과 육감의 유혹을 버티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없이 실패를 반복하면서도 근거 없는 낙관론과 자기 능력에 대한 과도한 믿음을 가진 이를 보게 됩니다. 이런 모습을 피하려면 가장 좋은 실적을 보이고 있을 때 매도하고, 모두가 매도하고 있을 때 매수할 수 있는 소신과 용기가 필요합니다. 모두가 자신을 장기 가치 투자자라고 말하지만, 단기적인 주가 하락에는 빠르게 주식을 매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모두가 흔들릴 때 태연하고 이성적으로 대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 시장이 좋은지 묻지 마라
사람들은 시장이 좋은지 나쁜지 자꾸 예측하려 합니다. 피터 린치도 마찬가지고, 최근에 읽었던 박용옥 투자자의 주식투자 절대 원칙에서도 같은 대답을 합니다. 시장의 등락은 잡음으로 간주해야 합니다. 좋은지 나쁜지 판단해야 하는 건, 본인이 투자한 혹은 투자하려는 주식입니다. 대상 주식이 저평가되어 있고, 잠재력 및 경쟁 우위가 있다면 시장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 주식만이 중요한 것입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시장은 특정 주식의 투자와 상관이 없습니다. 그리고 시장이 좋을지 나쁠지 예측할 수 있는 전문가는 없습니다.
정리
주식 투자 분야에서 다년간의 경험이 있고, 잔뼈가 굵은 사람들을 보면서 느끼는 한 가지 감정이 있습니다. 무엇이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은지, 무엇에 집중하고 무엇을 무시해야 하는지, 사리 판단 및 분별이 확실합니다. 어찌 보면 다소 게으르고,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 것이 투자에 더 유리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결국 답은 하나입니다. 자신을 확실히 알고, 투자 대상이 될 만한 기업을 면밀하게 분석해야 합니다. 옳다는 판단이 서면, 주변 잡음을 무시하고 소신껏 투자해야 합니다. 단순하지만 가장 어려운 원칙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