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실제로 2차 전지 주식에 투자하고 있음에도 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부족하다고 느끼던 차에, 박순혁 저자가 강의용으로 배포한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내용 정리 및 정보 전달 차원에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2자 전지는 전기 자동차 산업과 크게 연관이 있는 산업입니다. 전기 자동차 산업에서 가장 주목받은 업체는 ‘테슬라’이며, 2008~2021년까지 주가가 무려 318배 상승했습니다. 시장에서는 테슬라가 주도할 전기차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실적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주가에 반영되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전기 자동차 부문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선결 조건은 안정적인 배터리의 수급입니다. 테슬라는 2170(지름 21mm, 높이 70mm) 규격의 원통형 배터리를 주로 사용하고 있는데, 2170 배터리가 다양한 전자기기에 사용되고 있어서 생산하는 업체가 많기 때문입니다. 즉, 수급의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것입니다. 테슬라 역시 성장하는 기업들이 겪게 마련인 공매도 세력의 공격을 지속적으로 받았고, 데스밸리(신기술과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이 실적으로 이어지지 못해 주가가 반등하지 못하는 상황) 시기를 거쳐, 주가 891달러(’22년 8월 기준, 이후 3:1로 주식분할)와 연간 30만 대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됩니다. 정리하자면 전기차의 발전은 배터리 기술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핵심은 배터리 에너지 밀도의 향상입니다.
개념
2차 전지는 화학적 에너지를 전기적 에너지로 변환·방출(방전)할 수 있으며, 역으로 방전된 전기에너지를 충전하면 이를 화학적 에너지로 다시 저장할 수 있는 전지를 말합니다. 즉 충전에 의한 재활용이 가능한 배터리를 지칭합니다. 최초의 2차 전지는 납 축전이고, 이후로 니켈 수소전지, 최근에는 리튬-이온 전지가 주로 쓰이고 있으며, 투자관점에서 중요한 전지는 리튬-이온 전지이므로 이것만 이해해도 충분할 것입니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주요 부품은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음극에서 양극으로 리튬이온이 이동하면서 전기에너지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양극재는 배터리 성능의 핵심인 용량과 전압을 결정합니다. 음극재는 많은 이온을 안정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흑연이 주로 사용되며, 배터리의 수명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습니다. 전해질은 리튬이온의 이동을 원활하게 하는 매개체, 분리막은 양극과 음극의 물리적 접촉을 차단하는 역할을 각각 수행합니다. 보통 총 배터리 생산비용의 50%를 차지하는 양극재를 2차 전지의 핵심 소재로 간주합니다. 2차 전지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입니다. 단위 무게당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를 말하는데, 에너지 밀도가 높을수록 전기차의 성능(연비, 제동거리, 수명 등)을 향상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에너지 밀도와 주행거리를 결정하는 제1요소가 양극재입니다. 화학 기술에 대한 축적된 노하우와 전문성이 없이는 좋은 양극재, 즉 에너지 밀도가 높고 가격이 저렴한 제품을 생산하기 어렵습니다. 양극재의 주요 구성 원소인 리튬, 니켈, 코발트의 원자재 가격이 전기차의 가격을 결정짓는 주요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동향
출하량을 기준으로 볼 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의 주요 업체를 꼽자면,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중국 CATL, 일본 파나소닉 등을 언급합니다. 현재 중국의 CATL은 세계 1위의 배터리 생산업체지만, 미국의 IRA, 유럽의 CRMA 같은 중국업체 견제 목적의 법안이 잇따라 발표됨에 따라 성장세에 제동이 걸리게 됐습니다. 일본의 파나소닉은 ’28년까지 50GWH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보하겠다고 했지만, LG, SK, 삼성이 ’25년까지 각각 440, 220, 150의 CAPA. (Capacity) 확보가 예상되어서 큰 격차가 있습니다.
8대 종목
지금까지는 2차 전지 산업의 이해를 위한 내용이었다면, 지금부터 산업과 종목 선정의 근거를 설명합니다. 기업의 적정가치를 산정하기 위한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이 필요한데, 워렌 버핏의 종목 선택 기준 4가지를 토대로 정성적인 분석부터 시작합니다. 첫 번째 기준은 능력 범위(Circle of Competence)입니다. 이는 업종과 산업에 대한 이해를 뜻합니다. 두 번째 장기 경제성과 경제적 해자(Moat)입니다. 해자는 적의 접근을 막기 위해 성벽 주변에 못을 파 놓은 것을 의미하는데, 경제적 해자란 다른 기업들이 따라 하기 어려운 경쟁력 차별화를 의미합니다. 국내 2차 전지업체가 보유하고 있는 경제적 해자로 간주할 수 있는 기술을 언급하면,
- 배터리의 폼팩터(물리적 외형):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는 파우치형 배터리
- 양극재의 기술적 차별 요소: 울트라 하이니켈 양극재(니켈의 비중을 끌어올려 에너지 밀도가 높다.)와 신기술(하이망간 양극재)
- CNT 도전재 기술 (탄소나노튜브로 구성, 전자의 이동을 촉진해 배터리 성능의 향상을 돕는다.)
- 리튬 및 전구체(코발트, 니켈, 망간을 비율에 맞춰 분쇄해 섞은 화합물, 전구체와 리튬을 섞으면 양극재가 된다.)
세 번째 경영자의 자질, 네 번째 안전 마진(Margin of Safety)입니다. 안전 마진이란 순운전자본(매출채권+재고자산-매입채무)과 주가(시가총액)의 차이를 의미하는데, 안전 마진이 있다는 것은 기업의 가치가 주식시장에서 저평가 되어있다고 이해하면 됩니다. 밸류에이션 방법이 워낙 천차만별에 정답도 없고 합의된 하나의 공식도 없기 때문에, 안전마진의 크기로 간단하게 투자 적정성을 판단하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8대 종목을 소개하면서 챕터를 마무리합니다. 배터리 부문은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양극재 부문은 에코프로비엠과 LG화학(추가로 POSCO 퓨처엠), CNT 부문은 나노 신소재, 원자재 부문은 POSCO홀딩스와 에코프로를 언급합니다.
배터리 4사 (개요)
저자가 주목하는 배터리 제조 4사는, LG에너지솔루션, SK온(SK이노베이션이 물적분할로 자회사 SK온 설립), 삼성SDI, 금양이며, 반도체 산업과 유사하게 2030년에는 5개 정도의 업체가 배터리 시장에 남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배터리 제조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것이 수율이고, 생산라인의 수율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데 평균 2~3년 혹은 그 이상이 소요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과거 LG에너지솔루션의 폴란드 법인이 2015년부터 5년간 연속 적자를 기록했는데 대표적인 수율관리 실패의 사례로 꼽히고 있습니다. 중국 업체인 CATL의 경우, 중국 외의 지역에서 공장을 지어본 적이 없지만, 최근 미국과 유럽지역의 자동차 업체와 합작 해외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다만 해외 공장의 안정화에는 상술한 대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본의 파나소닉은 2017년 테슬라에 납품하는 배터리 규격을 1865에서 2170 원통형 배터리로 교체하게 되는데, 이때 수율이 10%대로 떨어졌고 2019년 3분기가 되어서야 80%까지 회복했습니다. 이처럼 수율관리가 어렵고, 동시에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저자의 의견입니다. 개요는 여기까지 설명하고 개별회사에 대해 정리해 보겠습니다.
배터리 4사 (주요 회사)
LG에너지솔루션(LG화학으로부터 물적분할)은 화학 분야의 오랜 업력을 바탕으로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다른 회사 대비 압도적인 지적재산권을 보유하고 있고, 원통형과 파우치형 배터리 둘 다 제조가 가능합니다. 고객 측면에서는 글로벌 자동차 판매 점유율 상위 10개 사 중 9개 업체를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어서 판매처 다각화의 측면에서도 높게 평가할 수 있습니다. 다만 2023년 기준, 중국의 CATL(시장점유율 36%)과 BYD(시장점유율 16.1%)의 글로벌 성장세가 두드러지기 때문에 분발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SK온은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파우치형 배터리 제조가 가능한 업체이기 때문에, LG에너지솔루션의 대안으로 기능하기도 합니다. 자체적으로 보유한 소재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에 양극재의 경우 에코프로비엠에 의지하는 경향이 있다고 평가됩니다. 삼성SDI는 LG 다음으로 오랜 업력(’96년~)을 자랑하고 있으며, NCA 배터리(니켈, 코발트, 알루미늄) 양극재에 기반한 배터리가 주력 제품입니다. NCA는 전기차보다는 전동공구 같은 소형 제품에 더 적합한 양극재로 평가받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46xx 시리즈의 원통형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유일한 업체이기 때문에, 전기 자동차 업계의 원통형 배터리 채용 여부에 따라 기업 성과와 주가가 좌우될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다만 전술한 것처럼 NCA기반의 생산구조이기 때문에 NCM 양극재 배터리를 주로 사용하는 대형 자동차 업계 고객이 적다는 것이 약점으로 작용합니다. 금양은 최근 2차 전지 전반의 주가 상승으로 시가 총액으로는 충분한 규모를 갖추고 있지만, 매출 규모 및 소형 공구용 배터리에 특화된 점을 감안, 세부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후반부에 계속)